맛없다던 '꼬마 수박'의 반전 드라마

입력 2021-05-30 17:26   수정 2021-06-07 16:32


이마트는 ‘꼬마 수박’ 판매를 시작한 지 약 한 달(4월 22일~5월 27일) 만에 4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작년 동기 대비 다섯 배 증가했다. 핸드볼만 한 크기로 1~2인이 먹기 좋은 데다 높은 당도로 입소문이 나면서 전국 이마트 매장에서 주문이 폭주하고 있다. 공급 물량이 한정돼 있다 보니 진열되자마자 팔려나가는 기현상까지 벌어지고 있다.

한때 퇴출 위기까지 몰렸던 꼬마 수박의 반전 드라마가 새롭게 쓰여지고 있다. 이마트와 충남 지역 농업 기업인 모두유통이 수많은 실패 끝에 ‘까망애플수박’이라는 신품종을 개발한 게 주요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제2 전성기 맞은 중소형 수박
무게가 약 1~3㎏인 꼬마 수박은 2010년대 초반에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1~2인 가구가 늘어나면서 이를 겨냥한 중소형 수박 품종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다. 하지만 ‘거품’은 곧 꺼지고 말았다. 맛이 없다는 소비자 불만이 누적된 결과였다. 이로 인해 농가들은 서서히 꼬마 수박 재배에 손을 뗐다.

안상훈 이마트 과일팀 부장은 마지막이란 다짐으로 올해 ‘까망애플’이란 애칭의 신품종에 도전했다. 결과는 대성공. 주로 딸기, 사과에 쓰이던 클로렐라(작물 생육을 촉진하는 미생물) 농법을 ‘세자’라는 신품종에 적용했더니 당도와 아삭아삭한 식감이 크게 개선됐다.

안 부장은 “이전까지 팔던 ‘애플수박’은 당도가 9~10브릭스(brix)에 그쳤다면 까망애플수박은 12브릭스를 웃돈다”며 “8~10㎏에 달하는 맛있는 일반 대형 수박이 12브릭스 정도니 중소형 수박의 당도도 이젠 일반 수박과 비교해 손색이 없는 셈”이라고 말했다.
이마트 수박 매출 급성장
까망애플수박의 탄생은 이마트가 생산량을 전량 구매해주기로 하는 등 논산, 부여 등의 수박농가가 소속된 모두농업법인을 전폭 지원해준 덕분이다. 안 부장은 “올초 모두농업법인이 클로렐라 농법을 제안했다”며 “잃을 게 없다는 생각에 한번 해보자 했는데 결과가 좋다”고 말했다.

농촌진흥청과 손잡고 클로렐라 배양기를 설치한 모두농업법인은 1주일에 600L가량의 클로렐라를 생산·희석해 일선 농가에 전달하고 있다. 농가들은 이를 수박 위에 뿌리거나 호스를 통해 주입하는 방식으로 당도를 높인다.

부여에서 까망애플수박을 재배하는 강복현 씨(64)는 “올해 당도가 기가 막히게 나올 것”이라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그는 “요즘 비가 많이 왔는데도 이 정도면 앞으로 당도는 더 올라갈 것”이라고 했다. 까망애플수박을 개발한 모두농업법인의 김대진 대표는 “일반 수박의 소비자 판매가가 보통 1만5000원 선이고 까망애플수박은 7000원 수준”이라며 “일반 수박이 줄기당 한 통씩 달리는 데 비해 까망애플수박은 줄기당 2~3개씩 나오니 농가로서도 수익성이 좋은 편”이라고 말했다.

이마트는 중소형 수박을 모두 까망애플수박으로 교체했다. 그 덕분에 중소형 특화수박 매출이 지난해 11억원에서 올해 20억원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안 부장은 “올해는 까망애플수박의 전체 재배 물량이 20억원어치뿐이어서 더 이상 늘리기 어렵다”며 “지금 같은 추세라면 일찌감치 재배 농가를 섭외해 내년엔 40억~50억원 수준으로 늘려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재배 농가를 늘리기 위해 올가을께부터 농민을 설득하고 재배법을 교육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박한신 기자 ph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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